
‘수신제(水神祭)’는 겉보기에는 단순한 전통 제사처럼 보입니다. 물의 신에게 제를 올리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며, 한 해 동안의 재해를 막기 위한 공동체 의식입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두 개의 종교적 흐름이 교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무속과 유교, 이 상반된 두 사상이 수신제라는 하나의 의례 안에 절묘하게 얽혀 있는 것입니다.무속은 한반도의 가장 오래된 종교 형태로, 자연을 신격화하고 그것과 직접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 즉 무당(巫)이 매개하는 체계입니다. 반면 유교는 조선 시대 국가 이념이자 지배 사상으로, 엄격한 형식과 위계, 조상 숭배와 도덕적 질서를 강조하는 철학적 종교입니다.수신제는 이러한 두 흐름이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결합하여, 민속 제례의 복합적 형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