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강원도 최북단에 위치한 양구군은 겨울마다 대자연이 빚어낸 빙화(氷花)의 예술, ‘얼음꽃 축제’로 주목받는다. 얼음과 눈으로 꾸며진 이 축제는 단순한 관광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전통문화의 산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설날 즈음에 맞춰 열리는 이 축제는 현대적인 레저와 전통적인 민속의식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장이다.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등 민속놀이는 이 지역만의 문화코드가 반영되어 있으며, 지역민의 신앙과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구군이 이처럼 정월 대보름이나 설날 명절 기간을 활용해 민속문화를 체험형 콘텐츠로 승화시킨 배경에는, 농경 사회로부터 이어진 고유의 자연관과 조화정신이 깔려 있다. 이 글에서는 양구군의 얼음꽃 축제 속에서 재현되는 설날 민속의식을 중심으로, 그 상징성과 사회적 의미를 5개 단락으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설날과 얼음꽃 축제의 만남 – 명절과 축제가 만나는 지점
양구군의 얼음꽃 축제는 1월 말에서 2월 초, 설날과 맞물린 시기에 주로 개최된다. 이 시기는 농한기와 맞닿아 있어,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한해의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시기를 활용해 축제를 여는 것은 단순한 관광 전략이 아니라, 전통적인 생활리듬을 되살리는 지역문화의 회복 전략이다. 축제장에서는 얼음조각 전시와 눈썰매, 얼음낚시 같은 현대적 콘텐츠가 펼쳐지는 한편, 축제의 전통적 핵심은 설날 의례와 민속놀이에서 나타난다. 양구군은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해 세시풍속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으며, 특히 설날 아침에 진행되는 성주고사와 고사상 차리기는 과거 가정 중심의 의식을 공동체 차원으로 확장한 사례로 주목된다. 이는 현대인이 잊고 살던 전통의식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며, 명절의 본질을 되새기는 중요한 시간으로 작용한다.
지신밟기와 액막이 – 공동체 보호를 위한 집단의식의 재현
설 명절과 함께 진행되는 대표적인 민속의식 중 하나가 바로 ‘지신밟기’다. 이는 마을 곳곳을 돌며 땅의 신을 달래고 잡귀를 물리치는 행위로, 주로 무사안녕과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목적을 갖는다. 양구군 얼음꽃 축제에서는 이 지신밟기 행사가 마을 청년회 또는 주민 동아리 중심으로 진행되며, 전통악기인 꽹과리와 장구, 징, 북이 울리는 가운데 복장을 갖춘 연희자들이 마을 회관과 축제장을 돌며 지신을 밟는다.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이 행위는 공동체의 중심성과 상호 연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기제이다. 지신밟기 도중에는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에게 복을 기원하는 짧은 즉석 고사도 진행되며, 이는 지역민과 외지인의 관계를 문화적으로 잇는 기능도 수행한다.
또한 설날과 연결된 액막이 행사로 ‘달집태우기’도 함께 열리는데, 이는 악귀를 태우고 새해 소원을 기원하는 상징적 의식으로, 참여자들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달집 안에 넣는 퍼포먼스를 통해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설날 세시풍속의 현대적 재해석 – 놀이와 의례의 균형
양구군 얼음꽃 축제 속에서 체험할 수 있는 설날 민속의식은 과거 농경사회에서 행해졌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로서 의미가 깊다. 예를 들어, ‘윷놀이 대회’, ‘널뛰기 체험’, ‘복조리 만들기’ 등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한 해의 운세와 공동체 결속을 확인하는 행위로 기획된다. 특히 아이들과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이 체험에 참여하면서, 세대 간 전통의 전승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발생한다.
양구군은 축제 기간 동안 ‘떡메치기’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나눠주는 인절미와 가래떡은 상징적으로 공동체의 ‘떡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설날 전통놀이로 간주되는 제기차기, 연날리기 같은 프로그램은 실내와 실외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눈과 얼음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더욱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렇게 민속의식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 남지 않고, 현대 축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는 점은 양구군 얼음꽃 축제의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전통의 맥을 잇는 ‘살아있는 민속축제’로서의 가치
양구군 얼음꽃 축제는 단순한 겨울축제가 아니다. 이 축제는 설날을 중심으로 한 민속의식이 중심에 자리하고, 얼음이라는 지역 자연환경과 결합해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특히 설날이라는 민족 최대의 명절과 민속의식이 축제라는 공공문화 장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지역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세시풍속 체험 등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이 ‘왜 전통을 되살려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양구 얼음꽃 축제는 한국 전통문화의 현재적 가치와 미래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설날이라는 시간성을 활용해 민속의식을 문화자산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지역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 축제가 시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하길 기대해본다.
'명절 풍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북 제천의 ‘의림지 제례’, 물과 조상에게 바치는 의식 (0) | 2025.07.07 |
---|---|
하늘이 열린 날, 단군을 기리는 강화도 마니산 개천대제 (0) | 2025.07.07 |
서울에도 살아 있는 전통, 도봉산 산신제를 아시나요? (0) | 2025.07.06 |
전라남도 강진의 ‘초의제’, 차 문화의 정신을 기리다 (0) | 2025.07.06 |
4월에 설날을 지낸다, 전북 진안의 ‘지장보살제’ (0) | 2025.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