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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설날을 지낸다, 전북 진안의 ‘지장보살제’

"설날은 당연히 음력 1월 1일 아니야?"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 주천리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설날, 바로 ‘4월 설’이 존재한다. 이 특별한 날은 단순한 가족 차례가 아니라, 마을 전체가 함께 지내는 ‘지장보살제’라는 전통 제사다. 해마다 음력 4월 초파일(부처님오신날) 전후에 열리는 이 제사는 불교 신앙, 마을 제의, 조상 숭배가 한데 어우러진 진안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지장보살제는 단순한 불교 행사라고 보기엔 그 스케일이 다르다. 각 가정에서는 조상께 차례를 올리고, 마을에서는 지장보살에게 공동 제사를 지낸다. 그 분위기와 의미가 설날과 흡사해서 진안 사람들은 이 날을 ‘4월 설’, ‘작은 설’이라고 부른다. 마을 어른들은 “이 날엔 조상님이 집에 오시고..

명절 풍습 2025.07.05

조상 대신 마을신? 충남 보령의 ‘동제’ 풍습

한국의 전통 제례 문화는 대부분 유교적 틀 안에서 조상을 기리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유교 이전부터 자연물에 신이 깃든다고 믿었고, 집단이 함께 신에게 제를 지내는 고유한 풍습을 오랫동안 전승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동제(洞祭)’이다. 동제는 마을 전체가 주체가 되어 신을 모시고 제를 지내는 제의(祭儀)로, 충청남도 보령 지역에서는 지금도 매년 정해진 시기에 이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보령의 동제는 조상 제사와는 달리 구체적인 인물에게 올리는 제사가 아니라, 마을을 수호하는 ‘무형의 존재’ 또는 자연에 깃든 신에게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신은 ‘당산신’ 또는 ‘성황신’이라 불리며, 마을 어귀의 오래된 나무나 큰 바위, 산자락에 위치한 성황당 등 자연물에 깃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명절 풍습 2025.07.05

제주 무속의 핵심 의례, 신당제란 무엇인가?

제주는 한국에서도 가장 독특한 신앙 전통을 지닌 땅이다.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 태풍을 안고 밀려오는 남쪽 바다, 곡선을 이루며 뻗어나간 오름과 곶자왈의 풍경은 단순한 자연을 넘어 제주 사람들에게는 ‘신의 터전’이었다.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자연과 늘 대화를 나누며 살아왔고, 그 대화의 중심에 바로 무속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무속의 중심에는 한 해의 운을 여는 가장 신성한 행사, ‘신당제(神堂祭)’가 있다. ‘신당제’는 제주 무속인이 자신이 모시는 신에게 감사를 전하고 새로운 다짐을 올리는 제사이며, 동시에 무속 사회 내에서 자신이 여전히 신의 뜻을 받드는 정통 무속인임을 확인받는 영적 갱신의식이다. 이 제사는 단지 한 사람이 신에게 절을 올리는 것을 넘어, 그 무속인이 살아가는 ..

명절 풍습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