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단양은 남한강의 청명한 물길과 함께 단양팔경으로 대표되는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고장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의 절경을 보기 위해 발길을 옮기지만, 이 아름다운 자연 너머에는 수백 년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보이지 않는 존재가 숨어 있다. 단양 사람들은 이 존재를 친근하게 ‘할미’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호칭에는 단순한 노파의 이미지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단양의 할미는 마을을 수호하고 생명을 품는 대지의 어머니이자 신령스러운 여성신으로 기억되고 전해져왔다. 이 신령한 존재를 기리는 축제가 바로 ‘단양 할미축제’이다. 언뜻 소박하게 들릴 수 있는 이름이지만, 이 축제는 단순한 향토행사나 민속놀음이 아니다. 단양의 할미축제는 지역민의 영적 정체성, 전통 여신신앙의 부활, 그리고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