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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단양, 전설의 여신이 깨어나는 날, ‘할미축제’

충청북도 단양은 남한강의 청명한 물길과 함께 단양팔경으로 대표되는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고장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의 절경을 보기 위해 발길을 옮기지만, 이 아름다운 자연 너머에는 수백 년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보이지 않는 존재가 숨어 있다. 단양 사람들은 이 존재를 친근하게 ‘할미’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호칭에는 단순한 노파의 이미지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단양의 할미는 마을을 수호하고 생명을 품는 대지의 어머니이자 신령스러운 여성신으로 기억되고 전해져왔다. 이 신령한 존재를 기리는 축제가 바로 ‘단양 할미축제’이다. 언뜻 소박하게 들릴 수 있는 이름이지만, 이 축제는 단순한 향토행사나 민속놀음이 아니다. 단양의 할미축제는 지역민의 영적 정체성, 전통 여신신앙의 부활, 그리고 공동체..

명절 풍습 2025.07.02

설보다 소중했던 날, 부석사 삼신제를 다시 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설날을 가장 큰 명절로 여기지만, 경상북도 영주 부석면의 일부 마을 주민들에게는 설날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진 날이 존재한다. 바로 부석사에서 열리는 삼신제(三神祭)이다. 이 제의는 특정 불교 종파의 행사도, 단순한 민속의례도 아니다. 부석사 삼신제는 천 년 가까이 이어진 지역 공동체의 믿음, 불교의 화엄사상, 토속 여성신앙이 결합된 복합적 의례로, 종교와 생활, 정성과 영성이 맞닿은 전통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매년 음력 정월, 삼신제는 부석사에서 열리고, 이때가 되면 지역 주민들은 물론, 절을 찾는 외지인들까지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동체로 모인다. 이 제의는 부석사 승려와 인근 마을의 제관(祭官)들이 수백 년간 함께 준비하고, 함께 참여하며 전승해 온 ‘살아있는 신앙 문..

명절 풍습 2025.07.02

전라북도 부안의 잊힌 여신, 개양할망 신화를 다시 보다

전라북도 부안. 고창과 변산반도 사이에 위치한 이 지역은 서해의 바닷바람이 드세게 불어오고,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지형적 특성 덕분에 예부터 다양한 신화와 민속 설화가 자리를 잡아왔다. 이러한 부안의 지형과 자연환경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채로운 신앙의 형태로 발현되었고, 그중 오늘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화가 하나 있다. 바로 ‘개양할망 신화’이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개양할망 신화는 단지 오래된 전설이나 구비 설화로만 보기엔 아까운 요소를 품고 있다. 이 신화는 여성 신령에 대한 신앙, 바다와 자연을 다스리는 초월적 존재의 이미지, 그리고 그것에 기반한 지역의 독특한 풍습과 금기를 함께 담고 있다. 다시 말해,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넘어 지역 사회의 행동 양식, 여성 공동체의 구조, 그리고..

명절 풍습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