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풍습

전북 익산의 ‘백제혼례재현제’, 전통 혼례의 살아있는 감동

mystory35663 2025. 7. 4. 13:54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전라북도 익산은 백제의 영광을 품은 역사문화도시로서, 고대와 현대의 연결 고리를 형성해가고 있다. 특히 매년 가을, 익산에서 열리는 ‘백제혼례재현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백제 문화의 미학과 전통 예절을 되살리는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축제는 백제 시대 혼례의 절차와 미적 감각을 섬세하게 복원하여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감동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고대 혼례의 깊은 상징성과 현대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문화유산형 행사다.

 

전북 익산의 ‘백제혼례재현제’, 전통 혼례 풍습의 살아있는 감동

 

혼례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의례 중 하나로, 특히 전통 사회에서는 단순한 부부의 결합이 아닌 가족과 사회 전체의 질서를 반영하는 장치였다. 백제 시대의 혼례는 이러한 가치들을 오롯이 담고 있었으며, 신분과 계급, 정치적 연합, 문화적 정체성이 복합적으로 표현되는 중요한 예식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전통 혼례의 의미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고, 그 복원과 전승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익산시가 주최하는 ‘백제혼례재현제’는 단순한 문화적 재현을 넘어, 교육적·관광적·정체성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로 기능하고 있다. 축제는 매년 웅포관광지 일원에서 펼쳐지며, 풍광 좋은 금강변을 배경으로 백제의 궁궐과 도성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연출해 관람객을 마치 시간 여행자로 만드는 몰입형 콘텐츠로 구성된다.

이 글에서는 총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 ‘백제혼례재현제’가 지닌 역사적 의의, 구체적인 행사 구성, 백제 복식의 미학, 그리고 지역 문화 자산으로서의 잠재력과 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이 분석을 통해 단순한 행사가 아닌, 지역 정체성과 문화 창조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는 백제혼례재현제의 전반적인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백제 혼례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

백제는 고대 삼국 중에서도 문화적 세련미가 가장 돋보였던 국가로, 예술과 건축, 의복과 예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문화를 꽃피웠다. 특히 백제의 혼례 문화는 단순한 결혼 의식이 아닌, 국가와 가문의 명예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의례로 자리 잡고 있었다.

혼례는 단순한 사랑의 맹세가 아닌, 신분 상승, 정치적 결합, 사회 질서 유지라는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백제의 왕실 혼례는 국가 통치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정치적 안정감을 부여하는 중대한 행사로 여겨졌다. 신랑과 신부가 마주 서서 절을 주고받는 맞절, 정제된 언어와 행위로 구성된 주례자의 예식 집전, 술잔을 주고받는 합근례 등 모든 절차가 정형화되어 있었고, 각 행위에는 깊은 상징성이 담겨 있었다.

특히 백제는 불교와 유교, 도교 문화가 공존했던 나라로, 혼례에도 이러한 사상들이 반영되었다. 예를 들어, 부부의 화합을 강조한 유교적 가치관, 상생과 인연을 중시한 불교적 세계관이 의례의 구성요소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이는 백제 혼례가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철학적 가치까지 포함하는 깊이 있는 문화 콘텐츠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익산은 백제 무왕 시절 왕도로 기능하던 지역으로, 미륵사지를 비롯한 여러 국보급 유적들이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즉, 백제의 정신적·문화적 중심지에서 혼례 문화를 재현한다는 것은 역사적 맥락에서 큰 설득력을 가진다. 이는 단순한 지역 관광 콘텐츠를 넘어, 잃어버린 역사와 문화를 되찾는 복원의 의미를 지니며, 동시에 지역민에게는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된다.

또한, 백제 문화는 일본 아스카 문화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중국 남조와도 긴밀한 문화 교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백제의 혼례는 동아시아 문화사 전반에서 의미 있는 유산이다. ‘백제혼례재현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서 국제적 문화 교류의 잠재력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백제혼례재현제’의 행사 구성과 재현 방식

‘백제혼례재현제’는 일반적인 축제와는 달리, 고증과 예술성이 결합된 정교한 행사로 구성되어 있다. 축제의 주제는 단순히 옛 혼례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으며, 참여형, 체험형, 교육형 요소를 고루 갖춘 복합 문화행사로 발전해왔다.

행사의 핵심은 ‘왕실혼례 재현’이다. 매년 일반 시민들 중에서 신랑·신부가 공모로 선발되며, 선발된 커플은 혼례식을 앞두고 수주 간에 걸쳐 전통 예절 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복식 착용법부터 행례 동작, 대사까지 정식 교육을 이수하게 되며, 단순히 ‘배우는 참가자’가 아닌 ‘백제 왕족’이 되어 무대에 서게 된다.

혼례식은 금강변에 조성된 ‘백제 궁궐 무대’에서 진행되며, 혼례행렬은 전통의식에 따라 왕실 근위대, 악사단, 무사, 궁녀 등이 함께 행진하면서 백제 시대의 궁중 분위기를 재현한다. 이 행렬은 실제로 관람객과의 거리 없이 눈앞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현장감과 몰입도가 매우 높다. 백제풍 관현악기와 나각, 소라 등의 전통악기로 이루어진 생음악은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행사장은 ‘관람형’ 공간뿐만 아니라 ‘체험형’ 공간이 함께 구성되어 관람객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백제 혼례 음식 체험관’에서는 전통 제례 음식의 의미와 조리 방법을 시연하고, ‘백제 예복 착용 체험존’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백제 시대의 예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백제 종이혼례복 만들기’, 청소년 대상의 ‘예절 교육 프로그램’, 전통놀이 부스 등도 마련되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일부 프로그램은 수어 통역, 외국어 자막 등이 제공되어 외국인 관광객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더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백제혼례재현제’는 단순한 공연 중심이 아니라, 백제 혼례 문화의 철학과 배경까지 함께 전달하는 ‘스토리텔링형 축제’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관람객은 행사에 참여하며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전통의 맥락과 정신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다.

 

백제 혼례복식의 아름다움과 의미

‘백제혼례재현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백제 복식의 아름다움이다. 복식은 단순히 외적인 장식이 아니라, 당대의 문화적 수준과 미의식을 대변하는 중요한 상징물이다.

백제는 색채와 문양, 재단 방식에서 매우 세련된 복식문화를 발전시켰다. 특히 왕족과 귀족층의 의복은 천연 염료를 사용한 비단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용, 봉황, 연꽃, 구름 등의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졌다. 이러한 복식은 단순히 화려함을 넘어 상징성과 의례성을 강하게 담고 있다.

신랑은 백제식 금관과 자주색 단령을 착용하고, 신부는 연분홍 또는 황금빛 치마저고리 위에 비단으로 짠 화려한 겉옷을 걸친다. 머리에는 꽃 모양의 장식이 부착된 화관을 쓰고, 손에는 혼례용 잔을 든다. 복식에 사용된 장신구 하나하나에도 ‘부귀영화’, ‘부부의 화합’, ‘장수와 번영’ 등 고유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익산시는 이 복식을 재현하기 위해 전통복식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유물 및 문헌자료를 근거로 복원도를 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현대 기술을 접목하여 실제 착용이 가능한 의상으로 재현했다. 촬영 및 전시를 위한 복식 외에도, 일반 체험객을 위한 간편형 복식도 함께 제작해 복식 문화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행사장 내 ‘복식 해설존’에서는 백제 시대 복식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는 해설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단순히 예쁜 옷을 구경하는 차원을 넘어, 백제인의 정서와 정신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다.

복식은 시대를 초월한 문화 코드이며, 백제 복식의 재현은 시각적 미학을 넘어 백제인의 세계관을 현대에 전하는 중요한 문화적 행위다.

 

지역 문화자산으로서의 가치와 미래 과제

‘백제혼례재현제’는 익산시가 보유한 백제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인 축제다. 이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 제공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문화 관광 산업의 새로운 모델로 기능하고 있다.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물론, 시민 참여형 행사로 지역 사회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청년층과 예술가, 역사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한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축제의 미래를 위해선 몇 가지 과제도 남아 있다. 첫째, 행사에 참여하는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교통 인프라의 확충이 필요하다. 둘째, 콘텐츠의 다양화가 요구된다. 현재는 왕실 혼례 중심의 구성인데, 평민의 혼례나 지방 가문의 혼례 등을 포함해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혼례의 고증 수준을 더 정교화하고, 해외 관람객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 확대도 중요하다. 백제 문화가 일본과 중국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국제교류형 축제로 확장할 여지도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백제혼례재현제’는 온라인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더욱 폭넓은 홍보가 가능해질 것이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통해 전통혼례의 정서를 디지털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은 향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