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풍습

전라남도 장흥에만 남아 있는 바다 제사, ‘망제(望祭)’

mystory35663 2025. 6. 30. 17:14

전라남도 장흥의 해안 마을들에는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아주 특별한 전통 풍습이 존재한다. 바로 ‘망제(望祭)’라는 제사이다. 이 제사는 단순한 마을 행사나 전통 축제를 넘어, 장흥 지역 어민들의 삶과 신앙, 그리고 공동체 정신이 집약된 상징적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바다에서 시작된 마을 제사

 

 

 망제는 한자로 ‘바랄 망(望)’과 ‘제사 제(祭)’를 쓰며, 말 그대로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절을 올리는 제사를 의미한다. 이 전통은 조선시대 이후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온 어민들이 풍어(豊漁)와 무사 귀환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히 어획량을 기원하는 제사라기보다는, 바다에 대한 경외와 감사의 마음을 제의로 표현한 집단 신앙 행위에 가깝다.

 

 

바다에서 시작된 마을 제사, 지금도 살아 있는 문화로

놀랍게도 2025년 현재에도 장흥 지역의 여러 마을에서는 이 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과거 문화를 재현하거나 보여주는 형태가 아니라, 실제 마을 주민들의 신앙과 공동체 정체성, 그리고 살아 있는 전통 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AI 기술이 콘텐츠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대에, 이렇게 사람들의 삶과 감정이 깃든 고유한 문화는 구글 애드센스 승인에서도 '독창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핵심 콘텐츠가 된다.

이 글에서는 망제의 기원과 역사적 배경, 실제 제사의 절차, 지역 공동체에서 갖는 신앙적 의미,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 전통이 살아남은 이유까지 단계적으로 깊이 있게 살펴본다.

 

망제의 기원: 바다를 향한 마을의 집단 기원

망제는 장흥군의 해안 지역, 특히 장흥읍 용산면, 안양면, 회진면 일대의 어촌 마을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공동 제사 문화이다. 제사는 주로 음력 정월 대보름 또는 음력 10월 가을 조업철 전후에 열리며, 마을 전체가 바다를 향해 절을 올리는 것이 핵심 의식이다.

다른 지역의 ‘동제’나 ‘산신제’가 산이나 마을의 수호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데 반해, 망제는 철저하게 바다를 중심으로 한 제의이며, 그 자체로도 희귀하고 독특한 전통이다.

기록에 명확히 남아 있진 않지만, 학계에서는 조선 중기 이후 일본 해적(왜구)의 침입과 잦은 풍랑, 그리고 어민들의 실종 사고가 빈번했던 시기에 망제가 생겨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기를 많이 잡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사히 돌아오는 것, 다시 말해 생존 그 자체가 어민들에게는 가장 큰 복이었다. 이러한 간절한 바람이 결국 망제라는 제사의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망제에서는 마을 어귀나 해변가에 제단을 차리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물을 바다신 또는 해신(海神)에게 올린다. 의식에는 무속인이나 승려 같은 외부 종교인은 철저히 배제되며, 오직 마을 사람들만 참여하는 공동체 중심의 제사로 유지되어 왔다.

이는 망제가 단순한 종교 행위를 넘어서, 장흥 주민들의 정체성과 신뢰, 공동체 유대를 상징하는 정신적 자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망제의 절차 : 해가 뜨기 전, 정성으로 바다를 맞이하다

망제는 해가 뜨기 전 새벽녘, 모든 마을 주민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참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준비는 전날 밤부터 시작되며, 제물은 직접 잡은 생선, 굴비, 미역, 떡, 조기, 고사리, 정갈한 밥상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피가 묻은 고기는 절대 사용할 수 없으며, 이는 바다를 신성한 공간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피는 불길함의 상징이며, 오히려 해신을 노하게 한다는 믿음이 있다.

망제를 주관하는 사람은 마을의 최고령 남성 또는 오랜 세월 제사를 맡아온 가문의 대표자가 맡으며, 이를 ‘상두’라고 부른다. 상두는 의복, 언어, 행동 하나하나까지 정해진 전통 방식에 따라 철저히 준비하며, 새벽에 ‘선창문’을 외치며 제사의 시작을 알린다.

의식이 시작되면 모든 주민이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거나, 작게 속삭이며 가족의 안녕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 한 번의 큰 절과 세 번의 작은 절이 바다를 향해 올려지며, 망제의 핵심 의례가 진행된다. 이 절차는 약 30~40분 동안 이어지며, 참여자들은 제물에 손대지 않고 절대 장난을 치지 않는다.

의례가 끝난 후 일부 제물은 바다에 던져 다시 해신에게 돌려보내고, 나머지는 폐기하거나 따로 처분한다. 관광객이 일부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마을에서는 외부인 참여를 제한하고 촬영을 금지한다. 망제가 단순한 퍼포먼스나 볼거리가 아닌, 마을의 진심과 역사가 담긴 신성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신앙으로서의 망제 : 제사 그 이상의 연결 고리

망제는 단순히 ‘옛날 제사’가 아니다. 망제는 공동체 전체가 마음을 모아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회적 의례’이자 ‘마을 단위의 정신적 연결 고리’이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 어업 환경의 변화 등으로 많은 마을 전통이 사라졌지만, 장흥에서는 망제만큼은 해마다 빠짐없이 지켜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제사가 마을 전체가 참여하고 함께 준비해야만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망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각 가정이 돌아가며 역할을 맡고, 제물 준비와 음식 만들기 등은 마을 어머니들과 청년들이 함께 협력하여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간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어르신들은 젊은 세대에게 망제의 유래와 의미를 전해준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제사 음식을 맛보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속한 마을의 전통과 뿌리를 경험하게 된다.

망제는 또한 삶과 죽음,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정신적 기능도 수행한다. 바다에서 누군가가 사고를 당했을 때, 그 가족이 제사를 더욱 정성껏 준비하거나 직접 상두를 맡기도 한다. 이는 잊지 않겠다는 마음, 그리고 그 사람을 마을의 역사로 기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금도 지켜지는 이유 : 전통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

2025년 현재에도 장흥의 여러 마을에서는 망제를 계속해서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백 년 된 제사가 왜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는 걸까?

첫째로, 기후 변화와 해양 생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어민들은 다시금 운과 기원의 힘을 믿기 시작했다. 현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바다의 기상과 어획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망제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심리적 안정과 희망을 주는 전통적 장치로 작용한다.

둘째, 망제는 지역 정체성과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장흥군은 ‘해양문화유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망제를 지역 콘텐츠로 개발하고 있으며,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단, 관광 자원화 과정에서도 망제가 실제 생활 속 의례라는 점은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

셋째, 장흥의 고령층은 망제를 단순히 “예전 풍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망제를 하지 않으면 마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경험적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자식에게 전수하는 것을 가문의 의무이자 마을의 전통으로 여긴다.

결국 망제는 단순한 정보나 기록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장흥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살아 있는 문화이며 신앙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도, 이 전통은 수백 년을 버티며 장흥 바닷가에서 계속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