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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전설의 의식, 평창 산신제 현장을 밟다

강원도 평창은 많은 이들에게 눈과 스키, 그리고 동계올림픽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깊은 골짜기와 산등성이 너머에는 수천 년을 품어온 전통의 맥박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나는 올해 가을, 그 고요한 시간의 언저리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평창군 진부면의 한 작은 산촌 마을을 찾았다. 그곳에서는 해마다 음력 9월에서 10월 무렵, 마을 주민들이 한데 모여 산신께 제를 올리는 ‘산신제’가 엄숙히 거행된다. 산신제는 단지 산에 제사를 지내는 행사라고 단순화할 수 없다. 그것은 한 마을의 생존을 위한 기원이자, 세대를 이어온 믿음의 의식이며, 동시에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약속을 건네는 시간이다. ‘산신’은 단지 초자연적 존재가 아닌, 농사와 날씨, 건강과 안전을 좌우하는 ‘살아 있는 존재’로 여겨지며, 산신제를..

명절 풍습 2025.07.04

전북 익산의 ‘백제혼례재현제’, 전통 혼례의 살아있는 감동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전라북도 익산은 백제의 영광을 품은 역사문화도시로서, 고대와 현대의 연결 고리를 형성해가고 있다. 특히 매년 가을, 익산에서 열리는 ‘백제혼례재현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백제 문화의 미학과 전통 예절을 되살리는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축제는 백제 시대 혼례의 절차와 미적 감각을 섬세하게 복원하여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감동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고대 혼례의 깊은 상징성과 현대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문화유산형 행사다. 혼례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의례 중 하나로, 특히 전통 사회에서는 단순한 부부의 결합이 아닌 가족과 사회 전체의 질서를 반영하는 장치였다. 백제 시대의 혼례는 이러한 가치들을 오롯이 담고 있었으며,..

명절 풍습 2025.07.04

경북 청송의 ‘도깨비 설날’, 아이들의 웃음 속에 피어나는 마을의 설날

경상북도 청송은 낙동정맥 줄기에 둘러싸인 깊은 산골마을이다. 이곳은 천연의 자연환경과 함께 조용히 흐르는 공동체 전통이 어우러진 곳이다. 청송의 겨울은 유난히 깊고 고요하지만, 정월 대보름 전날 밤이 되면 이 고요한 산골 마을이 들썩인다. 북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도깨비들 때문이다. 아이들은 갑자기 마당에 나타난 도깨비를 보고 소리치고, 웃고, 때로는 울기도 한다. 그렇게 청송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설날, ‘도깨비 설날’이 열린다. 도깨비 설날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이것은 청송 마을 공동체가 어린이를 위한 설날을 따로 만들어주는 전통적 축복의 날이다. 어른들은 도깨비로 분장해 마을 곳곳을 누비며 아이들을 놀라게 하고, 또 간식을 나눠준다. 도깨비는 무섭고 신비로운 존재지만, 동시에 익살맞고 정겨..

명절 풍습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