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깊다. 눈이 마을을 덮고, 나무는 그 가지 끝까지 얼어붙는 계절, 그러나 바로 그 속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이 모이는 날이 있다. 대도시에서야 설날이 가족 단위의 차례로 치러지지만,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는 설 전후에 온 마을이 함께 지내는 의례, 이른바 ‘산촌제’(山村祭)가 존재해왔다. ‘산촌제’는 단순한 설맞이 차례가 아니다. 그것은 마을 전체가 조상과 산신(山神)에게 감사와 기원을 올리는 공동체 의례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월 대보름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던 행사였다. 특히 교통이 불편하고 자연과 밀접하게 살아야 했던 산촌에서는 개인의 차례보다 마을 전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가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다.오늘날 도시화로 인해 많은 곳에서 잊혀져 가고 있지만, 강원도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