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사(山寺)의 향기, 찻잔 속의 이야기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 끝이라기보다는 고요함이 시작되는 자리에 대흥사가 있다. 천년 넘는 시간을 품은 이 사찰은 단지 불경이 울리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는 오래도록 이어져 온 또 하나의 수행, 차(茶)가 있다. 한 잔의 차를 우리는 시간, 그것을 마주하는 자세, 그 모든 것이 삶을 닦는 수행이자 성찰이 되는 자리다. 그 대흥사에서 매년 열리는 차문화제는 세상 가장 느린 축제다. 시끄러운 장터도 없고 화려한 무대도 없다. 다만, 나무 아래 놓인 작은 다구들, 그리고 그 앞에 앉은 사람들의 조용한 숨결만이 그 공간을 채운다. 스님도, 아이도, 외국인도, 처음 차를 배우는 청년도 모두 같은 자세로 한 잔의 차를 앞에 둔다.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하루하루 바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