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은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마을’로 유명하지만, 진정한 해남의 정체성은 단순한 지리적 끝자락이라는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은 오랜 세월 동안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함께 사람, 신, 조상이 공존하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터전이다. 해남의 주민들은 물리적인 삶의 조건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연결, 즉 신령들과 조상의 뜻을 중시해왔다. 이러한 신령과 인간의 공존을 가장 잘 보여주는 풍습이 바로 ‘당제(堂祭)’이다. 해남의 당제는 단순한 민속 신앙의 차원을 넘어선다. 이 제의는 공동체가 함께 모여 하나의 신념 아래 움직이는, 철저히 공동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삶의 방식이자 정신문화의 한 형태다. 특히 해남에서는 세월이 흘러도 단절 없이 이어지는 전통성과,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지 않는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