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정적 속에서 얼어붙은 강 위에 모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두꺼운 얼음 위에 제단을 세우고 신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경상남도 밀양에서 전해 내려오는 ‘얼음제(氷祭)’는 바로 그런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제사는 한겨울 강이나 저수지 위에서 이루어지는 독특한 마을 제의로, 일반적인 계절의 제사와 달리 혹한기, 자연이 가장 혹독해지는 시기에 열린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러한 시기와 방식은 단순한 민속 신앙의 특이점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오랜 지혜와 생존 전략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밀양의 얼음제는 외형적으로는 작고 조용한 마을 의식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 느꼈던 두려움, 기원, 연대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얼음은 밀양 사람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