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에는 여전히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공간’이 존재한다. 관광지의 화려한 이미지 너머, 이 섬에는 삶의 위기마다 신에게 길을 묻는 이들이 많고, 그 중심에는 무속 의례가 자리한다. 특히 ‘도새기굿’은 제주 무속의 정수로 불리는 상징적 굿이다. 외부인의 시선에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이 의례는, 실제로는 삶의 전환점에서 신에게 간절함을 전달하는 매우 실천적인 문화이다. ‘도새기’는 제주 방언으로 돼지를 뜻하며, 돼지를 제물로 올리는 이 굿은 인간의 기도와 자연의 생명이 맞닿는 의식으로 알려져 있다.나는 단순한 문화 체험이 아닌 실제 도새기굿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처음에는 ‘돼지를 바친다’는 말에 당혹스러움이 앞섰지만, 의식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그 안에 담긴 정서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