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에는 360개 이상의 오름이 분포하고 있다. 오름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기생화산으로, 지리적으로는 작은 언덕이나 봉우리로 분류되지만, 제주 사람들에게 오름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제주의 오름은 각 마을과 자연을 수호하는 존재이며, 신령이 깃든 장소로 인식되어 왔다. ‘오름에 오른다’는 행위는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고 신에게 자신의 바람을 전하는 행위였다.실제로 제주에서는 오름 하나하나에 이름과 전설, 그리고 제례가 존재한다. 일부 오름은 마을의 수호신이 머무는 성소로 여겨지며, 오름 정상에서 해마다 마을 공동체가 모여 제사를 올리기도 한다. 이런 문화는 제주가 유교적 조상 숭배 중심의 본토 신앙과는 달리, 자연 그 자체를 신격화하는 자연신앙의 전통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름..